‘오로라빛 캡슐’로 은상 수상 … K-뷰티 소재 연구, 글로벌서 통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우리의 연구가 통할 수 있다는 확인이었습니다. 예쁘게 보이는 캡슐이 아니라, 보이는 감각과 전달 기술을 함께 설계한 결과입니다.”지홍근 H&A파마켐 CTO의 수상 소감이다. H&A파마켐은 지난 4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글로벌 2026(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센서리바 어워드(Sensory Bar Award) 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매직 캡슐 젤(Magic Capsule Gel)’과 ‘매직 캡슐 세럼(Magic Capsule Serum)’. 콜레스테롤 유도체(cholesterol derivative) 액정 캡슐을 적용해 오로라처럼 빛나는 시각적 효과를 구현한 제형이다.이 캡슐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킬로그램당 100만 원이 넘는 콜레스테롤 원료를 버려가며 실패를 반복한 끝에 나온 기술이다. 일반 오일을 캡슐화하는 기술은 비교적 널리 쓰이지만,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구조를 유지한 채 캡슐 안에 안정적으로 담는 일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무엇이 이 작은 캡슐을 세계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게 했을까. 지난 5월 7일, 지홍근 CTO를 부천 H&A파마켐 사무실에서 만났다. 회의실 선반에는 유리병과 파우치가 놓여 있었다. 빛을 받으면 색이 바뀌는 캡슐, 문지르면 터지는 알갱이, 마스크팩과 패치로 확장 가능한 제형들이 보였다. 전시장에서는 영롱한 빛을 강조했지만, 연구실에서는 그 빛을 안정적으로 가두는 일이 먼저였다.지홍근 CTO는 오로라빛 캡슐을 설명하며 실패의 시간을 먼저 말했다. 콜레스테롤 액정을 안정적으로 캡슐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원료는 빛과 열에 민감했다. 가격도 높았다. 액정 구조를 유지하면서 캡슐 안에 담고, 이를 실제 제형으로 옮기고, 다시 대량생산 공정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H&A파마켐은 이 문제를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공정으로 풀어갔다.지홍근 CTO는 성균관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무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화장품 책임연구원, 스피어테크 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H&A파마켐 연구총괄을 맡고 있다. 한국화장품미용학회 회장을 역임(2022~2024년)했으며, 화장품 소재와 제형, 바이오인캡슐레이션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그에게 매직 캡슐의 개발 배경과 기술 구조, 이번 수상이 글로벌 원료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들었다. ‘인-코스메틱스 글로벌 2026’ 센서리바에 전시된 H&A파마켐의 매직 캡슐 젤·세럼. 세럼·에센스·크림·마스크팩·슬리핑팩·패치 등에 응용 가능하며, 마스크팩과 패치 제형에서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H&A파마켐은 별·하트·그래픽 형태 등 캡슐 모양 다양화도 연구하고 있다.Q. 센서리바 어워드는 보통 질감과 향, 사용감을 평가합니다. 심사단은 매직 캡슐의 어떤 점을 높게 봤다고 판단하십니까.단순한 질감이나 향만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매직 캡슐은 눈에 바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캡슐화 기술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오로라빛은 장식이 아니라 액정 구조에서 나오는 구조색입니다. 여기에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이라는 기능적 방향을 연결했습니다. 감각적 경험을 기술적으로 설계한 사례로 평가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심사 자료도 단순한 제품 소개에 그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콜레스테롤 유도체를 액정 상태로 캡슐화했다는 점,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 오로라빛 시각 효과를 제형 안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 방향을 연결했습니다. 결국 보이는 효과와 실제 기능성이 하나의 기술 스토리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Q. 콜레스테롤 유도체를 핵심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콜레스테롤 유도체는 시각적 차별성과 피부 친화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봤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세라마이드(cera-mide), 지방산(fatty acid)과 함께 피부 각질층 지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입니다. H&A파마켐은 이 특성에 주목해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구조를 캡슐 안에 구현하고, 이를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 방향으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Q. 콜레스테롤 액정을 캡슐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일반 오일을 캡슐 안에 넣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액정 자체를 캡슐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캡슐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그 안에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을 안정적으로 넣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우리도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원료가 고가이고, 빛과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원료가 생기면 부담이 컸습니다. 다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안정화 조건을 조정하면서 연구를 반복했습니다. 액정을 캡슐화하는 데만 약 3년이 걸렸습니다.2023년 무렵 기술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소량 생산 수준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량생산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장비와 공정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Q. 오로라 같은 색감은 어떤 원리로 구현됩니까.액정(liquid crystal)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분자 배열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습니다. 이 배열이 빛과 만나면 굴절률 차이, 간섭(interference), 반사, 산란이 생깁니다. 그 결과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콜레스테롤 기반 액정은 콜레스테릭 액정(cholesteric liquid crystal), 또는 키랄 네마틱(chiral nematic) 구조를 형성합니다. 분자가 나선형으로 배열되는 구조입니다. 이때 나선 간격, 즉 헬리컬 피치(helical pitch)가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해지면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반사(selective reflection)됩니다.그래서 보는 각도나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오로라처럼 보이는 무지갯빛 효과가 이 원리에서 나옵니다. 색소를 넣어 만든 색과는 다른 구조색입니다.유도체 종류와 배합 비율에 따라 색감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등 다양한 광학적 표현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색이 하얗게 변할 수 있습니다. 빛과 열에 민감한 원료이기 때문에 안정화 기술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캡슐 구조 개념도(왼쪽)와 입자 크기 분석 결과. 아가(agar), 젤란검(gellan gum) 등 천연 유래 성분으로 구성된 캡슐막은 오일과 유효 성분을 안정적으로 담도록 설계됐다. 입도 분석에서는 중간 입자 크기 d(0.5)가 782.688μm로 나타났으며, H&A파마켐은 사용감과 시각적 효과를 고려해 캡슐 크기를 설계했다.Q.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공정은 기존 캡슐 제조 방식과 어떻게 다릅니까.일반적인 캡슐 제조 방식은 교반 속도에 따라 캡슐 크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식은 입자 크기를 균일하게 맞추기 어렵습니다.마이크로플루이딕스는 미세 채널 안에서 유체를 정밀하게 흘려보내며 캡슐을 만듭니다. 코어(core)와 셸(shell)을 일정한 조건에서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캡슐 크기, 구조, 내부 성분의 분포를 비교적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정밀성과 재현성입니다. 매직 캡슐 젤과 세럼은 이 공정 덕분에 균일한 액정 구조, 안정적인 피부 전달, 오로라 같은 광학 효과를 함께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캡슐 크기도 사용감을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입자가 너무 작으면 피부에서 촉각적 존재감이 약해지고, 너무 크면 굴러다니는 느낌이 생겨 이질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100~900μm 범위는 시각적 효과, 문지름감, 내부 성분의 퍼짐성을 함께 고려한 크기 범위입니다. Q. 보습과 피부장벽 지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관련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출원번호는 10-2020-0161247입니다. 명칭은 ‘다층 구형 파티클의 제조 방법 및 이를 포함하는 화장료 조성물’입니다.해당 자료에는 다층 구형 파티클의 입자 크기, 활성 성분 안정성, 경피 흡수, 보습력 평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티놀(retinol) 등 활성 성분의 함량이 일반 로션 대비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다층 파티클을 포함한 로션이 일반 로션보다 피부 흡수율이 높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Corneometer를 활용한 보습력 평가도 포함돼 있습니다.매직 캡슐과 관련해서도 경피수분손실(transepidermal water loss, TEWL)과 피부 수분 유지력, 장벽 관련 지표를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보기에 좋은 캡슐이 아니라, 실제 피부에서 기능적 이점을 줄 수 있는 전달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H&A파마켐의 매직 캡슐 포뮬레이션 개념도(왼쪽)와 마이크로플루이딕스 제조 공정. 콜레스테롤 액정 캡슐은 오팔레센트(opalescent)·이리데센트(iridescent) 효과를 통해 오로라빛 시각 효과를 구현하며, 코어-셸(core-shell) 구조로 유효 성분을 담도록 설계됐다. 입자 크기는 100~900μm 범위다.Q. 이 기술은 어떤 제품군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까.이미 시장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에도 적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가격 부담이 있는 원료입니다. 그래서 대중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제형이나 차별화가 필요한 제품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적용 가능 제형은 세럼, 에센스, 크림, 마스크팩, 슬리핑팩, 패치 등입니다. 특히 마스크팩이나 패치처럼 시각적 효과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제품과 잘 맞습니다. 검은 배경이나 투명 제형 안에서 오로라빛이 더 분명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오로라빛을 낸다고 해서 바로 브라이트닝 효능과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 기술의 기본 방향은 보습과 피부장벽 지원입니다. 다만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색조 화장품, 마스크팩, 패치 제품으로의 응용 가능성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유도체 조합에 따라 색감 조절도 가능합니다.향후에는 캡슐 형태를 더 다양화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구형 캡슐 중심이지만, 별 모양이나 하트 모양 등 형태 변형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로고나 특정 그래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응용도 가능합니다. Q. 글로벌 캡슐 원료 시장에서 H&A파마켐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해외에도 캡슐 원료는 많습니다. 감각적 경험이나 기본적인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도 많습니다. H&A파마켐의 차별점은 정밀 제어된 구조 안정성, 고효율 성분 로딩, 고객 맞춤형 설계에 있습니다.마이크로플루이딕스 장치를 자체적으로 설계해 공정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미세 채널 안에서 일정한 조건으로 캡슐을 형성하기 때문에 크기와 액정 구조를 비교적 균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내부 유효 성분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또 하나의 강점은 처방 설계입니다. 캡슐의 셸과 코어에 고객이 원하는 유효 성분을 맞춤형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기능성, 방출 특성, 시각적 효과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단순 캡슐 원료가 아니라 바이오인캡슐레이션(Bioencapsulation) 플랫폼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해외에는 완제품까지 함께 개발해주는 캡슐 기술 기업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리드타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원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비교적 빠르게 제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Q. 기술 공개와 모방 리스크도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그렇습니다. 몇 년 전 새 연구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해외 업체들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해 전시회에 들고 나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디어 자료를 온라인에 전면 공개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파트너에게 선별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국내 한 브랜드와 협업을 논의한 사례도 있습니다. 당시 단가 문제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해외에서 특정 형태의 캡슐만 생산하는 전용 장비를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설비는 다양한 캡슐을 만들 수 있는 범용 장비입니다. 특정 형태 하나만 만드는 장비와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이 사례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제조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보여줍니다.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순간 비슷한 제품이 빠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술 보호와 공개 범위를 더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홍근 CTO는 중국 내에서 독자적인 학술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국내 교수 등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영입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H&A파마켐 연구소는 약 20명 규모로, 바이오인캡슐레이션, 리포좀(liposome), 나노에멀젼(nanoemulsion), 비저블 바이오인캡슐레이션(visible bioencapsulation), 동결건조, 콜라겐실, 클렌징볼, 그래픽 디자인, MOF, LDH, 고분자 합성 등을 연구한다. 이번 매직 캡슐 개발에 참여한 H&A파마켐 연구진은 사진 왼쪽부터 김보미 선임연구원, 박소현 연구원, 지홍근 CTO, 정재현 연구원, 박영아 수석연구원, 한정혜 연구원이다. 특히 김보미 선임연구원은 크리스탈 비드의 시각적 구현과 안정적인 제형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Q. H&A파마켐은 전시회마다 ‘아이디어 프로덕트’ 책자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자료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매년 전시회마다 ‘아이디어 프로덕트(Idea Product)’ 책자를 제작합니다. 5년 넘게 이어온 작업입니다. 우리가 연구한 내용 중 제품화 가능성이 있는 것을 모아 매년 보완해 들고 나갑니다.단순한 브로셔가 아닙니다. 원료가 실제 제품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예를 들어 향수를 캡슐 안에 넣어 에탄올 없이 문지를 때 향이 터져 나오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그래픽 형태를 구현하는 제형, 마스크팩과 패치에 적용할 수 있는 제형도 있습니다.이런 자료는 연구원들에게도 교육적 의미가 있습니다. 원료가 어떻게 완제품 콘셉트로 연결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도 원료를 단순 성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개 범위는 조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전면 공개하기보다는 필요한 파트너에게 직접 설명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Q. 연구자로서 평소 어떤 철학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까.연구원들에게 늘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고 말합니다. 화장품 잡지와 논문을 꾸준히 보고, 국내외 학회와 웨비나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어야 합니다.국내에서는 고분자학회, 공업화학회, 생체재료학회, 엑소좀학회, 화장품학회, 화장품미용학회 등을 봅니다. 해외에서는 EUROMOF, 유럽약제학회, 인캡슐레이션 관련 학회와 트레이닝 코스, EV 관련 학회 등을 참고합니다.현재 여러 교수진과 산학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쌓은 내용을 바탕으로 매년 ‘인-코스메틱스 글로벌’과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 아이디어 제품을 내고 있습니다. Q. 한국 원료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이번 글로벌 전시를 보면서 한국 원료 기업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보다 부스가 커졌고, 현지에서 부스를 구성하는 데도 비용을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해외 시장에서 원료를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다만 완제품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에도 글로벌 수준의 원료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 ODM 제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것처럼, 이제는 원료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전문 기업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K-뷰티가 계속 성장하려면 원료 기술력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완제품 브랜드만으로는 지속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원료, 제형, 전달 시스템, 효능 검증까지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완제품 대형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원료 회사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인터뷰 말미에 지홍근 CTO는 “기술혁신을 두려워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멈추면 미래가 없습니다. 매일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붙잡고 계속 파고들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은상은 끝이 아니라 다음 연구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H&A파마켐은 보이는 캡슐, 보이지 않는 캡슐, 기능성 전달 시스템, 제약과 식품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기술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홍근 H&A파마켐 CTO“세계 무대에서도 우리의 연구가 통할 수 있다는 확인이었습니다. 예쁘게 보이는 캡슐이 아니라, 보이는 감각과 전달 기술을 함께 설계한 결과입니다.”지홍근 H&A파마켐 CTO의 수상 소감이다. H&A파마켐은 지난 4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글로벌 2026(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센서리바 어워드(Sensory Bar Award) 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매직 캡슐 젤(Magic Capsule Gel)’과 ‘매직 캡슐 세럼(Magic Capsule Serum)’. 콜레스테롤 유도체(cholesterol derivative) 액정 캡슐을 적용해 오로라처럼 빛나는 시각적 효과를 구현한 제형이다.이 캡슐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킬로그램당 100만 원이 넘는 콜레스테롤 원료를 버려가며 실패를 반복한 끝에 나온 기술이다. 일반 오일을 캡슐화하는 기술은 비교적 널리 쓰이지만,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구조를 유지한 채 캡슐 안에 안정적으로 담는 일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무엇이 이 작은 캡슐을 세계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게 했을까. 지난 5월 7일, 지홍근 CTO를 부천 H&A파마켐 사무실에서 만났다. 회의실 선반에는 유리병과 파우치가 놓여 있었다. 빛을 받으면 색이 바뀌는 캡슐, 문지르면 터지는 알갱이, 마스크팩과 패치로 확장 가능한 제형들이 보였다. 전시장에서는 영롱한 빛을 강조했지만, 연구실에서는 그 빛을 안정적으로 가두는 일이 먼저였다.지홍근 CTO는 오로라빛 캡슐을 설명하며 실패의 시간을 먼저 말했다. 콜레스테롤 액정을 안정적으로 캡슐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원료는 빛과 열에 민감했다. 가격도 높았다. 액정 구조를 유지하면서 캡슐 안에 담고, 이를 실제 제형으로 옮기고, 다시 대량생산 공정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H&A파마켐은 이 문제를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공정으로 풀어갔다.지홍근 CTO는 성균관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무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화장품 책임연구원, 스피어테크 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H&A파마켐 연구총괄을 맡고 있다. 한국화장품미용학회 회장을 역임(2022~2024년)했으며, 화장품 소재와 제형, 바이오인캡슐레이션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그에게 매직 캡슐의 개발 배경과 기술 구조, 이번 수상이 글로벌 원료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들었다. ‘인-코스메틱스 글로벌 2026’ 센서리바에 전시된 H&A파마켐의 매직 캡슐 젤·세럼. 세럼·에센스·크림·마스크팩·슬리핑팩·패치 등에 응용 가능하며, 마스크팩과 패치 제형에서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H&A파마켐은 별·하트·그래픽 형태 등 캡슐 모양 다양화도 연구하고 있다.Q. 센서리바 어워드는 보통 질감과 향, 사용감을 평가합니다. 심사단은 매직 캡슐의 어떤 점을 높게 봤다고 판단하십니까.단순한 질감이나 향만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매직 캡슐은 눈에 바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캡슐화 기술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오로라빛은 장식이 아니라 액정 구조에서 나오는 구조색입니다. 여기에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이라는 기능적 방향을 연결했습니다. 감각적 경험을 기술적으로 설계한 사례로 평가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심사 자료도 단순한 제품 소개에 그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콜레스테롤 유도체를 액정 상태로 캡슐화했다는 점,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 오로라빛 시각 효과를 제형 안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 방향을 연결했습니다. 결국 보이는 효과와 실제 기능성이 하나의 기술 스토리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Q. 콜레스테롤 유도체를 핵심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콜레스테롤 유도체는 시각적 차별성과 피부 친화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봤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세라마이드(cera-mide), 지방산(fatty acid)과 함께 피부 각질층 지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입니다. H&A파마켐은 이 특성에 주목해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 구조를 캡슐 안에 구현하고, 이를 보습과 피부수분장벽 지원 방향으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Q. 콜레스테롤 액정을 캡슐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일반 오일을 캡슐 안에 넣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액정 자체를 캡슐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캡슐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그 안에 콜레스테롤 유도체 액정을 안정적으로 넣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우리도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원료가 고가이고, 빛과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원료가 생기면 부담이 컸습니다. 다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안정화 조건을 조정하면서 연구를 반복했습니다. 액정을 캡슐화하는 데만 약 3년이 걸렸습니다.2023년 무렵 기술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소량 생산 수준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량생산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장비와 공정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Q. 오로라 같은 색감은 어떤 원리로 구현됩니까.액정(liquid crystal)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분자 배열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습니다. 이 배열이 빛과 만나면 굴절률 차이, 간섭(interference), 반사, 산란이 생깁니다. 그 결과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콜레스테롤 기반 액정은 콜레스테릭 액정(cholesteric liquid crystal), 또는 키랄 네마틱(chiral nematic) 구조를 형성합니다. 분자가 나선형으로 배열되는 구조입니다. 이때 나선 간격, 즉 헬리컬 피치(helical pitch)가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해지면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반사(selective reflection)됩니다.그래서 보는 각도나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오로라처럼 보이는 무지갯빛 효과가 이 원리에서 나옵니다. 색소를 넣어 만든 색과는 다른 구조색입니다.유도체 종류와 배합 비율에 따라 색감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등 다양한 광학적 표현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색이 하얗게 변할 수 있습니다. 빛과 열에 민감한 원료이기 때문에 안정화 기술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캡슐 구조 개념도(왼쪽)와 입자 크기 분석 결과. 아가(agar), 젤란검(gellan gum) 등 천연 유래 성분으로 구성된 캡슐막은 오일과 유효 성분을 안정적으로 담도록 설계됐다. 입도 분석에서는 중간 입자 크기 d(0.5)가 782.688μm로 나타났으며, H&A파마켐은 사용감과 시각적 효과를 고려해 캡슐 크기를 설계했다.Q.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공정은 기존 캡슐 제조 방식과 어떻게 다릅니까.일반적인 캡슐 제조 방식은 교반 속도에 따라 캡슐 크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식은 입자 크기를 균일하게 맞추기 어렵습니다.마이크로플루이딕스는 미세 채널 안에서 유체를 정밀하게 흘려보내며 캡슐을 만듭니다. 코어(core)와 셸(shell)을 일정한 조건에서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캡슐 크기, 구조, 내부 성분의 분포를 비교적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정밀성과 재현성입니다. 매직 캡슐 젤과 세럼은 이 공정 덕분에 균일한 액정 구조, 안정적인 피부 전달, 오로라 같은 광학 효과를 함께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캡슐 크기도 사용감을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입자가 너무 작으면 피부에서 촉각적 존재감이 약해지고, 너무 크면 굴러다니는 느낌이 생겨 이질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100~900μm 범위는 시각적 효과, 문지름감, 내부 성분의 퍼짐성을 함께 고려한 크기 범위입니다. Q. 보습과 피부장벽 지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관련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출원번호는 10-2020-0161247입니다. 명칭은 ‘다층 구형 파티클의 제조 방법 및 이를 포함하는 화장료 조성물’입니다.해당 자료에는 다층 구형 파티클의 입자 크기, 활성 성분 안정성, 경피 흡수, 보습력 평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티놀(retinol) 등 활성 성분의 함량이 일반 로션 대비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다층 파티클을 포함한 로션이 일반 로션보다 피부 흡수율이 높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Corneometer를 활용한 보습력 평가도 포함돼 있습니다.매직 캡슐과 관련해서도 경피수분손실(transepidermal water loss, TEWL)과 피부 수분 유지력, 장벽 관련 지표를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보기에 좋은 캡슐이 아니라, 실제 피부에서 기능적 이점을 줄 수 있는 전달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H&A파마켐의 매직 캡슐 포뮬레이션 개념도(왼쪽)와 마이크로플루이딕스 제조 공정. 콜레스테롤 액정 캡슐은 오팔레센트(opalescent)·이리데센트(iridescent) 효과를 통해 오로라빛 시각 효과를 구현하며, 코어-셸(core-shell) 구조로 유효 성분을 담도록 설계됐다. 입자 크기는 100~900μm 범위다.Q. 이 기술은 어떤 제품군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까.이미 시장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에도 적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가격 부담이 있는 원료입니다. 그래서 대중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제형이나 차별화가 필요한 제품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6-08-11